옷장에서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적으로 21%라고 합니다. (2020, 다시입다연구소) 옷장은 이미 꽉찼는데 패션 산업에서는 매년 수 많은 옷이 생산되고 또 쓰레기로 폐기 처분돼요. 만약 우리가 새 옷을 사는 대신 서로의 21%를 교환하는 장을 만든다면 옷의 인생에도, 우리의 일상에도, 지구에도 좋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커뮤니티 <다시의생활>에서 의류교환행사 21%를 함께 만든 박혜원, 오뚜, 유민선님과 이야기 속에서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보세요. (<다시의(衣)생활> 커뮤니티는 https://wearagain.parti.xyz 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빠르게 생산되어 저렴히 팔리고 다시 또 쉽게 버려지는 옷. 한 해에 전 세계에서 1000억 벌의 옷이 생산되고 이 중 330억 벌은 버려진다고 해요. 버려지는 옷들은 제3국, 그러니까 옷을 사 입는 나라들과 상관없는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으로 수출되고 여기서도 남는 의류들은 옷쓰레기 산이 되거나 강으로 바다로 흘러듭니다. 우리가 사는 데 얼만큼의 옷이 필요할까요? 새 옷도 입는 순간 중고가 되는 건데, 꼭 철마다 새 옷을 사야할까요?
'다시'는 기회입니다. 가령, 다시 할 수 있고 다시 만날 수 있고 다시 바꿀 수 있고... 다시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 기회는 스스로 만들 수 있어요. 나의 생각과 선택으로 옷을 고르고 다시 입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나만의 개성, 아닐까요?”
<다시의생활> 카누 소개 페이지 중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패션 문제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박혜원: 저는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실은 빈티지 패션에 빠지면서 친환경 패션에 관심이 커졌어요. 친구 민선과 리유즈미라는 팀을 결성해서 의류를 리폼해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활동도 하고 있고요. 그동안 관심 있게 봐왔던 <다시입다연구소>가 빠띠랑 <다시의생활> 커뮤니티를 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유민선: 저는 유민선이라고 합니다. 환경임팩트를 창출하는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있어요. 빈티지 패션으로 제 개성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기도 했고,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있던 차에 이번 <다시의생활>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오뚜: 오뚜라고해요. 유통 쪽에서 일하고 있는데, 뭔가 불필요하게 소비되고 낭비되는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옷이 몸을 보호하는 용도가 아니라 자기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용도로 쓰이잖아요. 집이나 차는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옷은 바로 외적으로 드러나다 보니 사람들이 옷에 돈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전에 다큐멘터리를 보며 패스트 패션의 문제를 알게 됐어요. 제조되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아파하고 고통받고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지만, 막상 저도 옷에 대해 포기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런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다시의생활>에서 했던 활동 중 인상깊은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박혜원: 인왕산 초소책방에서 열렸던 <다시입다연구소>의 21% 파티가 기억에 남아요. 이번이 처음 참여한 거였는데, 평소에도 미싱으로 뭔가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미싱을 사용한 워크숍의 보조 진행을 한 덕분에 직접 배우고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람들이 보통 미싱을 써 볼 기회가 없는데 가정용 미싱으로 얼마나 간단한지 알려드릴 수도 있고, 많은 분이 생각보다 쉽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의 의도가 전해졌다고 느꼈어요. 직접 만든 커피콩 방향제를 뿌듯해하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기뻤고요.
유민선: 저는 콘텐츠팀에서 활동했는데, 한 벌로 사계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서 의류소비를 줄이고, 이 내용을 오프라인 전시로 풀어보자고 해서 제 옷장의 옷들로 콘텐츠를 만들고 21% 파티에서 그 옷들을 전시 했어요. 오시는 분들께 제가 만든 스토리를 설명하고, 참여자도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의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와주셨고 그 중엔 외국인 분들도 있었어요. 저희만의 파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를 나눌 수 있어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박혜원: 저도 옷을 전시했었는데 동생이 패션디자인 전공을 해서 자투리 천으로 만든 옷도 전시하고 리폼한 옷도 전시했거든요. 그렇게 보니까 제가 생각보다 리폼한 옷을 많이 샀더라고요. 제가 그래도 그동안 친환경적이려고 실천해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뚜: 저는 21% 파티 준비팀이었어요. 평소에 개인 프로젝트로 엄마와 딸이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구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왔는데, 이번에 엄마랑 딸이라는 주제를 21% 파티에 녹여냈더니 많은 참여자 분들이 엄마가 제안해서 오거나 딸이 제안해서 오는 식으로 콘텐츠에 반응하는 게 재밌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을 해보니 어떠셨나요?
오뚜: 한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각자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거잖아요. 각자가 그 동안 시도해본 게 다르다보니 내가 가진 문제가 훨씬 더 풍성해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풍성해지더라고요.
박혜원: 맞아요. 모두 백그라운드가 다르다 보니까, 개개인이 되게 다양한 의견을 많이 냈어요. 하나의 행사를 중심으로 워크숍도 진행하고 콘텐츠도 기획해서 전시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한 것 같아요. 가정용 재봉틀을 활용한 커피콩 방향제 만들기도 대학원에서 패션을 공부하는 분이 계셨던 덕분에 할 수 있었고요.
오뚜: 사실 저도 친구들이 이십대다보니 우리 나이대 생각만했는데, 엄마와 딸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 다른 세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어요. 예를 들어서 유치원에서 할로윈 파티할 때 옷을 한 번만 입고 버리게 된다는 이야기는 제 친구들하고만 얘기했다면 전혀 몰랐을 사실이었거든요. 21%파티를 준비할 때도 전시공간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했는데 바닥을 공간처럼 활용하고, 박스를 재활용하자는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함께 모여서 활동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좋은 생각들이었어요.
다른 활동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 있었나요?
오뚜: 저는 쓰레기를 주우며 산책하는 플로깅과 장애 관련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최근에 한 건 플로깅인데, 이건 하나의 활동 단위로 끝나는 거라면, 커뮤니티 활동은 하나의 의제를 가지고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일단 그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좋았지만, 생각이나 토론에서 끝나지 않고 실행하는 시간까지 있었다는 것. 고민에서 시작해서 작은 움직임까지 한 사이클을 돌 수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 처음만 하거나 끝만 하는 경우도 많은데, 기획 이전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할 수 있어서요.
박혜원: 저와 민선이 하는 리유즈미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같이하고 있는 친구들이 몇 명 더 있지만, 사람이 너무 적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뭔가 규모있게 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온라인으로만 활동을 해왔어요. 하지만 이번에 <다시입다연구소>와 함께 하면서 뭔가 대면으로 프로젝트를 열어보고 한 공간에서 다 같이 소통하고 나눌 수 있었던 게 큰 차이였던 것 같아요.
유민선: 저도 비슷해요.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힘을 좀 얻었어요. 저희끼리만 할 때는 대중들이 이런 걸 원할까 싶었는데 직접 21% 파티를 여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행사에 관심 가져주고 친환경 의류 생활에 대한 문화를 함께 만든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어요.
앞으로 커뮤니티 활동이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오뚜: 양날의 검 같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사실 <다시입다연구소>와 <빠띠>가 중심을 잡아주어서 21% 파티라는 큰 흐름 속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곁들여지고 풍성해지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적극적이다가 나중엔 못 온 분들도 있고 갑자기 잠수타듯 사라진 분도 있는데요. 구성원에게 강제성이 아예 없는데 장점은 좀 부담 없이 올 수 있단 게 있고, 단점은 그래서 흐지부지되기 쉽다는 거에요. 적극적인 몇몇이 책임을 다 맡게 되기 쉬운데, 그게 그들에게 기쁨이고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무거울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 사이에서 커뮤니티가 균형 잡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작은 강제성이나 참여자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주는 혜택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다시의생활> 커뮤니티 참여 소감을 전한다면요?
유민선: 환경을 위한 활동이라고 하면 대단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의류를 통해 환경에 대한 활동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관심사와 영향력을 점차 넓혀가는 활동들을 주변에서 먼저 시작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1% 파티도 직장이라든가, 진짜 생활 공간에 작게라도 퍼져나가면 좋겠구요. 다음에 이 행사가 열리면 또 다양한 컨텐츠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박혜원: 저는 사실 환경 문제로 으쌰으쌰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처음만난 거였거든요. 그런 분들을 직접 만나니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이렇게 수 많은 분들께 환경 이슈를 알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공유하는 장을 열어오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다음에도 참여할 수 있다면 워크숍을 더 크게 확장해서, 안입는 옷을 갖고오면 원하는 스타일로 리폼하는 것도 해보고 싶네요.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뚜: 저는 이번 활동을 통해 하나의 대안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까 잊고 답변하지 않았는데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이번에 21% 파티에서 저도 제 옷을 걸었어요. 제가 가진 옷이 별로 예쁘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서 괜찮을지 우려했었는데요. 사람들이 자기 옷을 걸고, 또 제 옷을 가져가는 선순환을 직접 봤어요. 돈을 낸 게 아닌데도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한 기쁨이 있는 것 같아 보였고, 기쁘게 돌아가시더라고요. 저도 그날 옷 하나를 바꿨는데 제게는 좀 도전적인 스타일의 옷을 골라서 가져왔거든요. 이걸 가져오면서 이 사람이 어떻게 이 옷을 입었는지 사연도 생각하고, 나도 이 옷을 사랑해주어야겠다 싶었어요. 옷을 외모를 치장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좀 더 소중하게 옷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인터뷰 진행·정리 : 백희원
편집 : 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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