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인테르(HomoInter)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소통을 위하여’ 난민·이주민이 꼭 필요한 상황에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통역 활동가 교육·협업 강화·심리 지원 활동을 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입니다. 호모인테르에게 ‘다양성’, ‘커뮤니티’는 이들의 미션을 향한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열쇳말인데요, 다양성이란 주제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었던 호모인테르는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이하 '다양성여행')이란 커뮤니티를 만들어 ‘인터뷰’와 ‘맵핑(mapping)’이란 활동으로 다양성 여행의 궤적을 그렸습니다. <다양성여행>의 멤버 다이만, 민준, 사샤를 만나 여행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커뮤니티는 https://camino-de-diversity.parti.xyz/front/coc 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여행하는 우리들의 그라운드룰>
우리는 각자가 다른 생각, 다른 배경을 가지고 커뮤니티실험실에 왔습니다. 여기는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라운드 룰(ground rule)이 중요해집니다. 우리가 논의한 약속은 다음과 같습니다.
1.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책임을 집니다.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리하게 되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타인의 말을 경청한 뒤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합니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때로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3.차별의 언어는 지양합니다. 우리는 다양성을 구현해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미국의 작가 나오미 울프는 "저항은 그 저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를 닮아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사회에 조그마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이 안에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4.활동 과정을 최대한 동료들과 공유합니다. 커뮤니티실험실은 "협력적 커뮤니티"입니다. 혼자서 완벽하게 해내는 것만큼이나 다 같이 조금씩이라도 해내는 일이 커뮤니티실험실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 커뮤니티 소개 글
<다양성여행>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샤 : "안녕하세요, 호모인테르의 사샤입니다. 호모인테르는 난민·이주민의 통역을 돕는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단체로,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줄곧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커뮤니티실험실'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다양성'이란 주제로 커뮤니티 '실험'을 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죠. 처음부터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커뮤니티를 구상한 게 아니라 굉장히 열린 질문에서 출발했는데, 그 덕분에 전혀 예상치 못한 멋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면도 '여행'의 속성과 맞닿아 있고요. 여행을 떠나보면, 기대했던 것들을 보게 되지만 동시에 기대하지 못했던 사람들, 풍경도 마주하게 되니까요."
다이만: "호모인테르의 다이만입니다. 저희 단체가 하는 일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돕는 사람들을 돕는다'고 할 수 있어요. 난민·이주민의 통역을 돕는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정기적 소통의 장을 통한 심리정서적 지원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호모인테르에서 늘 '소통'에 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온라인 환경에 적합한 소통 방식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어요. 또 '민주적 커뮤니티'는 어떤 방식과 절차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도 알고 싶었고요."
민준 : "저는 민준이라고 합니다. 예전부터 협력과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운영에 관심이 많았어요. 평소 빠띠의 활동을 흥미롭게 지켜봐왔기도 했고요. 또 '다양성'이란 주제로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기대됐습니다. 처음 <다양성여행>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로 참여하게 됐을 때만 해도, 이 안에서 어떤 것을 하게 될지 전혀 모르던 상황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제 관심사와 통하는 활동들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성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민준 : "크게 두 가지인데, 다양성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기사로 써서 '오마이뉴스'에 기고하거나, 다양성을 주제로 지도를 만드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저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민준님이 쓴 인터뷰 기사 보러가기)
사샤 : "네, 민준님께서 잘 설명해주셨어요. 저희들끼리는 편의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기사를 쓴 멤버들을 '인터뷰파', 지도를 만든 멤버들을 '맵핑파'라고 불러요. 맵핑파가 만드는 지도는 구글의 '마이 맵스(My maps)'란 기능을 활용해서 제작했는데, 멤버들의 다양한 감정과 기억이 깃들어 있는 장소들이 표시돼 있죠. 지금은 이렇게 인터뷰파와 맵핑파가 작업한 인터뷰 기사와 지도를 하나의 책자로 묶는 마지막 여정을 거치고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운영했나요?
민준 : "앞으로 함께 무엇을 해나갈지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다양성'을 주제로 한 커뮤니티인 만큼, 멤버들 각자 하고 싶은 것, 생각하는 것을 취합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렇게 의견을 수렴한 다음에는 격주로 정기 모임을 열어 활동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다음 모임까지 할 일을 정리했습니다."
사샤 : "민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커뮤니티 활동 초반에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정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인 게 다른 커뮤니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어요. 대체로 어떤 일을 실행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진 않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따라서 멤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행에서도, 여행메이트가 누구인지가 여행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잖아요. 커뮤니티 운영 방식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공유 문서 기반'으로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었어요. '아, 이런 게 민주주의적인 소통 방식 중 하나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문서에 의견을 타이핑하는 상황이 좀 어색했는데, 이 방식에 익숙해지면서부터는 이렇게 실시간으로 의견을 기록하는 게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커뮤니티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이만 : "방금 사샤님이 말씀하신, 공유 문서에 서로 의견을 기록하며 이야기 나누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합한, 참신한 소통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커뮤니티 멤버들의 적극적인 태도도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민준님도 그중 한 분이시고요(웃음). 사실 커뮤니티 활동이란 게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강제성이 없는 활동인데도, 무척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제게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멤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사샤 :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게 이 여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아가고, 함께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간 여정 자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여행할 때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거기까지 가면서 본 것들, 만난 사람들, 나눈 대화들이 더 기억에 남고 즐거운 것처럼요. 아무리 생각해도 커뮤니티 이름을 참 잘 지었네요(웃음)."
민준 : "정기 모임 진행 방식이나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매번 두 시간 정도 진행했는데, 이 두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탄탄하고 풍부하게 나눌 수 있었어요. 모임에서 우리가 해온 것들, 해야 할 것들을 공유하면서 프로젝트에 살이 붙는 느낌이었달까요? 이렇게 모두가 정기적으로 만나서 회의를 거쳐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완성해나가는 민주주의 실험 과정을 경험했다는 데 만족감을 느낍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민준 : "일상에서도 커뮤니티 활동을 염두에 두며, '언제까지 이걸 하자'고 계획하거나 어떻게 하면 인터뷰 작업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더군요."
다이만 : "인터뷰를 계기로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다양한 주제에 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또 각자의 경험, 감정과 연결된 장소로 이루어진 지도를 만들며, 장소-경험-감정 사이의 관계를 좀 더 섬세하게 인식하게 되었고요. 사실 초반에는 두 달이란 커뮤니티 실험 기간 동안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조바심도 났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과정이 더 중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곧 완성될 책자가 몹시 기대되지만요(웃음).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과 거쳐온 과정만으로도 이번 커뮤니티 실험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의 변화가 가장 크지 않았나 싶네요."
사샤 : "저도 성격이 다소 급한 편이라, 초반에는 좀 답답하기도 했어요. 함께 어떤 것을 할지 빨리 결정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불쑥불쑥 들고요. 하지만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에, 다양성을 다루는 민주주의 커뮤니티를 실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앞으로는 조급한 마음이 들더라도 '조금 더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온라인으로 모이는 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 것도 제겐 큰 변화예요. 온라인 모임만으로도 이렇게 깊이 소통하고, 끈끈하게 연결되고, 함께 여행할 수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에요. 온라인에서의 소통과 여행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달까요?"
이번 커뮤니티 실험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민준 : "제대로 '실험'을 하려면 시간이 충분해야 하는데, 두 달이란 활동 기간은 너무 짧았어요.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활동하는 것인 만큼, 길게, 멀리 보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아무래도 과정 중심이 되기보다 결과에 집중하기 쉽고요. 온라인에서 이슈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 자체도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이 어려운 일에 시도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샤 : "완전 공감합니다. 저희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전부 달성하기엔 두 달이란 활동 기간은 좀 짧았어요. 그럼에도 멤버들이 워낙 적극적으로 활동한 덕에 책자가 나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다이만 :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 두 달이란 기간이 짧긴 하지만, 한편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느슨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활동 기간이 어느 정도여야 적절한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멤버마다 참여하는 정도나 활동 속도도 저마다 다른데, 그렇다면 오거나이저는 어떤 역할을 맡고 어느 정도로 커뮤니티 활동에 개입하는 게 적절한지도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이에요. 각 멤버의 성향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함께’ 무엇을 만들어간다는 게 커뮤니티의 목표이기도 하니까요."
<다양성여행> 커뮤니티에서 어떤 활동을 계속 해보고 싶나요?
사샤 : "더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다양성 지도를 만들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싶어요. 특히 지도는 전 세계 버전으로 무한히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인터뷰, 맵핑 말고도 다양성을 주제로 한 새로운 활동들을 기획해볼 수도 있겠고요.
민준 : "인터뷰를 진행하는 멤버들과도 이야기했었는데, 인터뷰이에게 또 다른 다양성 인터뷰 주인공을 추천받는 일종의 '릴레이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인터뷰와 인터뷰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거죠. 이번에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서 결국 못 해봤네요."
사샤 : "음 - 굉장히 이상적인 생각인데요, '여행'이란 콘셉트를 계속 유지하면서 '게스트하우스'같은 커뮤니티 혹은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거예요. 여행 중에 잠시 머물러 왔다가 더 오래 남는 사람도 있고, 예정대로 떠나는 사람도 있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여행 경험을 이곳에 더하는, 그렇게 다양성여행의 이야기가 쌓이는 게스트하우스요."
인터뷰 진행·정리 : 한승희
편집 : 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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