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전 세계 국가들이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점검하는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열립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인류의 미래를 건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나’는 오늘도 나의 일상을 지킵니다. 모든 생명이 당사자인 거대한 기후문제 앞에서 평범한 개인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나만의 것일까요? 기후위기 이슈 커뮤니티 <키위: 위기를 위기로>의 초롱님과 초원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키위:위기를 위기로> 커뮤니티는 https://climate-kiwi.parti.xyz 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개인이 플라스틱을 줄여서 해결될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위기’라는 단어는 거대한 기후 문제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뒤틀고, 주거, 먹거리, 노동, 안전 등 수많은 이들의 삶이 무너질 수도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임을 명확하게 담고 있습니다. (...) 위기는 너무 크고 나는 너무 작은데, 내가 함께 고민하고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막상 찾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당장 내게 닥친 커다란 위기이며, 이 위기는 나와 내 곁의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위기를 인식하는 데 있어 ‘변화의 주체가 될 것’ 그 이상의 자격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위기를 인식한 우리 누구나 자기 입으로 위기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대한 위기를 일상에서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변화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키위: 위기를 위기로 커뮤니티 소개 중

키위 커뮤니티를 소개하는 메임 이미지.키위 커뮤니티는 누구나 기후위기를 이야기 하는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다.




- 반갑습니다. 두 분은 어떤 계기로 <키위- 위기를 위기로>(이하 ‘<키위>’) 커뮤니티에 함께 하게 되셨나요?

초원 :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 중이에요. 원래 서울시NPO지원센터 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봤어요. 특히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혼자 실천하는 것만으로는 내가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힘들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서울시NPO지원센터 사이트에서 커뮤니티 실험실이 열린다는 걸 봤고, 그중에 <키위>의 소개글이 와닿았어요. “기후위기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처음부터 못 박고 시작하는데, 그래서 더욱 함께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위기감을 공유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이 가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했고요. <키위>가 그런 커뮤니티고 더 나아가 내가 다음 스텝으로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말해줄 것 같았어요. 기후위기를 의제로 직접 운동을 만들어가고 있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분들을 가까이서 보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초롱 : “저는 <빠띠>를 통해 참여하게 됐어요. 모든 커뮤니티가 흥미로웠지만 저도 <키위>의 소개글에 공감했던 게 커요. 기후위기라는 게 되게 거대해 보이잖아요. 북극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고 뭐 그런 것부터 생각나고. 그런데 사실 제 일상에는 그게 와닿지 않는 거예요. 저는 북극이 아닌, 서울 도시 한복판에 살고 있으니까요. 작년보다 올해가 좀 덥네? 비가 더 많이 오네? 정도로만 다가오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무척 궁금했어요. 그래서인지 기후위기를 일상에서 이야기해보자 하는 소개글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당장 조직 만들어서 거리로 나가자고 하면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여기서는 가볍게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키위 커뮤니티 카누 모습. 커뮤니티가 운영되는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다.

- 일상에서 기후위기 이야기를 하면서 경험한 어려움이 있었나요?

초롱 : “저는 국제개발협력NGO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이런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편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여전히 일회용품을 많이 써요. 직원들이 텀블러도 갖고 다니고 머그컵 씻을 수 있게 식기건조기도 있지만 시간도 없고 불편하니까 다들 종이컵 쓰는 거지요.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에 걸리는데 또 한 마디 하기가 어려워요. 물티슈 대신 행주 빨아서 쓰자고 하면 일이 늘어나서 갈등이 더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초원 : “저는 친구가 ‘기후위기는 과장된 것’이라는 요지의 책을 읽고 저한테 질문할 때 말문이 막혔던 경험이 있어요. 그게 틀린 생각인 건 아는데,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키위> 모임에서 다른 분이 ‘기후운동을 하거나 변화를 촉구하는 개인에게 더 완벽성을 요구하는 것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초롱 : “예전에 한 환경단체에서 진행한 한 달간 채식하기 프로젝트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분명 프로젝트 설명에는 무조건 완전 비건이 아니어도 참석할 수 있고 점진적으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식단 공유 과정에서 결국 비건이 아니면 완전 실패가 되어버리더라고요. 이게 너무 어렵다고 말했는데 그 분들은 완벽한 비건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보시는 것 같았어요.”

키위 커뮤니티 멤버들이 온라인 화상회의공간에 모여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있다.

- 기후위기에 대한 무관심도 반대로 완벽주의도 모두 활동의 문턱이 되는 것 같아요. <키위>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초롱 : “저희는 각자가 해보고 싶은 활동을 가볍게 이야기해보자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초원 : “<키위> 구성원들 간에도 기후위기에 대해 이해하는 수준이나 전문성이 서로 무척 달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편하게 기후위기에 대해 자기 입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어요.”

초롱 : “맞아요. 저는 ‘열대야의 밤’이라는 활동이 생각나요. 밤에 모여서 기후위기에 대한 수다모임을 했어요. 기후위기 위키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고,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의 경험을 모아보자는 의견도 나왔었는데, 투표로 수다모임부터 시작했던 거였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후위기 뿐 아니라 본인 근황도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다들 크게 부담없이 대화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시작하면 자연히 더 큰 활동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직은 커뮤니티 발전단계라고 생각해요.”


- 두 분께는 기후위기 수다모임이 어떤 의미의 활동이었나요?

초롱 : “그냥 저는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 자체가 만족스러웠어요. 이런 모임이 종종 서로의 지식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거나, 행동을 감시하는 방식이 되기도 하고, 지금 당장 거리로 나서지 않고 책상에 앉아있어도 되냐는 식의 질책이 오가는 자리가 되기도 하는데, <키위>에서는 서로 경험을 이야기하면 듣고 공감해주거든요. 그 자체가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 느낌을 주어서 용기가 생겼달까요?”

초원 : “저도 기후위기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거니까 그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기후위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무력감을 좀 이겨낼 수 있어요. 그리고 사실 <청소년기후행동> 분들을 커뮤니티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거리감이 들었달까요. 나와 너무 다르고,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가까이에서 그 분들이 활동하며 겪는 고민을 들으니까 저렇게 열심히인 사람들이 있는데 갈 길은 멀고,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앞으로 정치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구나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기행 분들 얼굴을 알고나니까 다른 매체에서 자꾸 보여요. (웃음)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가까이에 있다는 그 느낌 자체가 나도 뭔가 해야지 하는 걸 심어줘서 힘이 돼요.”



- 힘이 되는 <키위>를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면?

초롱 : “처음 봤을 때 기후위기를 왜 키위라고 했을까 의아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이름이 되게 참신하죠. 모임 이름 짓기가 꽤 어려운데 너무 잘 지은 것 같아요. 기후위기 커뮤니티지만 초록색에 상큼한 느낌이어서인지, 즐거운 분위기도 있어요. 생각보다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 않은 모임이에요. ‘기후위기’라는 이슈로 만난 사람들이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지만, 꼭 그것에 대해 잘 알아야만 참여 가능한 건 아니에요. 외부인이 와도 본인의 생각과 이야기를 하면 되고.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당연히 그 주제로 이야기하는 데 부담감이 없어요.”

초원 : “<키위> 이슈 커뮤니티의 행동강령을 만들 때, ‘누구나’라는 키워드에 대해 각자 경험을 많이 말했던 기억이 나요. 어떤 분은 지식의 차이 때문에 자기 목소리가 뚜렷이 반영되지 않은 경험을 이야기했고, 또 누구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를 때가 있다고도 하고. 그때 우리가 다 뭐든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확인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기후위기에 대해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커뮤니티에요. 초롱님이 말씀하신대로 문턱이 낮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나누면서 고민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이랑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충돌하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에 대해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 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청소년기후행동 분들이 만든 ZOOM 배경화면이 있는데요. 정말 귀여워요. 키위랑 키위새 가득한 화면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와요.”

인터뷰 진행·정리 : 백희원
편집 : 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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